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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추억을 남기는 대학원생
바이오&제약 이야기/[일본 유학]

일본 대학원 도전기(18). 입학-연재 마무리

by Ki-ra 2024.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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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 인사와 함께 한국을 떠났지만 다시 돌아와야 했던 사연

  비자도 수령했고 입학 등록도 마무리했다. 그리고 기숙사 입주 신청도 끝이 났기에 이제 일본으로 가면 끝이다.

 긴 박사 생활의 시작 전에 한 달 넘는 시간을 세계 여행에 보내고 급하게 유학 짐을 꾸렸다. 두 개의 커다란 이민 가방에, 기내용 캐리어까지 총가방이 3개나 되었다. 수화물 무게도 추가하고 일본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들도 꼼꼼하게 챙겼다.

Tip. 일본 유학/워홀 짐 싸기 꿀팁

  1. 여름옷은 일본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이 나에게 더 만족감을 줄 수 있다.
  2. 겨울엔 한국 전기장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전기장판은 한국인에게 충분한 따뜻함을 주지 못한다.
  3. 노트북과 키보드가 필요하다면 한국에서 챙겨가자. 일본 키보드는 자판 배열도 일부 다르고 엄청 불편하다.
  4. 안경은 한국에서 2~3개 정도 챙겨가자. 일본에서 안경은 비싸기도 하고 디자인이 별로다.
  5. 현금을 미화 기준 1만 달러 이상 가져간다면 반드시 공항에서 신고를 하자. (한국, 일본 공항에서 모두 신고해야 함)
  6. 돼지코(110V)는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110V/220V 겸용 충전기를 많이 판매하므로 사서 가면 돼지코가 필요 없고 한국에서도 쓸 수 있다.
  7. 유학생이라면 미리 재류자격 외 활동(아르바이트) 신청을 하고 공항에서 도장을 받자. 일본에 도착 후 신청하면 번거롭다.

 학기 시작은 4월 1일부터지만 미리 준비할 겸 3월 2주 차에 미리 도일했다. 공항에서 재류카드를 수령하고 학교까지 갔다. 일본 공항에서 택배 서비스(쿠로네코)를 이용할 수 있는데, 짐이 많은 유학생과 워홀러들은 무거운 짐을 다 가져가지 말고 공항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면 0~2일 이후 집으로 도착한다 (권역별로 도착 시간이 다름).

 연구실로 찾아가서 교수님께 인사를 하고 기숙사 입주를 위해 사무실로 갔다. 나는 기숙사 입주 신청을 미리 했으니 당연히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미리 사전입주 연락을 하지 않고 와서 4월 3일부터 입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방은 비어있을 테고 달리 갈 곳도 없는데 어떻게 입주가 되지 않냐고 사정도 해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안된다'뿐이다. 밖에서 숙소를 구해 지내거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오라고 한다. 너무너무 화가 났다. 무거운 짐을 이끌고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내 첫 일본 유학의 시작일줄 알았던 날인데... 미리 신청하지 않은 내 잘못이니 더는 따질 것도 없지만, 프로토콜의 나라답게 유연성이나 예외는 없나 보다.

4월 3일까지는 2주나 남았는데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짐은 한가득이고 주변 숙소는 모두 비싸서 2주를 머문다면 100만 원 이상 지출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당장 오늘 하루 머물 곳부터 급히 찾아야 했기에 짐은 연구실에 모두 두고 호스텔부터 예약했다. 호스텔에 가서 이후의 2주를 일본에서 머물지, 다시 한국으로 갔다가 2주 후에 돌아올지 결정하고자 했다. 사실 2주의 숙박비, 식비보다 한국을 다녀오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귀찮아서 고민을 했다. 운이 좋게도, 마침 절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내가 꼭 와줬으면 한다고 왕복 비행기 티켓을 사주었다 (이미 초대는 받았지만 유학 시작일과 겹쳐서 원래는 가지 못하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하루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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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일본, 불편함의 시작

 2주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대학원생이다 보니 딱히 입학식에 대한 로망도 없고 귀찮기도 해서 입학식은 가지 않았다. 대신, 곧장 기숙사 사무실로 달려가서 신청을 하고 짐을 옮겼다. 오래된 학교다 보니 기숙사 외관도 상당히 낡았는데, 방문을 열자마자 나오는 방 내부의 모습에 충격이었다. 1인 1실이라 좋다고 생각했는데 수용소 그 자체었다. 공용 화장실, 공용 주방과 공용 샤워실. 그마저 샤워실은 9분에 100엔을 넣어야 했다. 일본의 국립대학교는 오래된 곳이 많다 보니 기숙사도 상당히 낡았다. 한국 학교의 기숙사는 정말 천국이다.

 기숙사 신청도 모두 수기이고 서류도 엄청나게 많다. 내가 이 기숙사에서 과연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단 하루라도 빨리 자취방을 구해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돈이다. 보증금도 내야 하고 개인실이다 보니 냉장고, 에어컨, 커튼 등 모든 기구도 직접 사서 달거나 렌탈을 해서 달아야 한다. 난 기숙사의 에어컨을 학생이 직접 설치해야 하는 사실이 충격이다. 그래서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다. 다들 가구와 가전제품을 옮기느라 분주한 캠퍼스의 풍경이다.

 이 광경이 정녕 일본 최상위권 대학의 모습인가. 내가 내는 기숙사비와 학비는 어디로 투입되는 것인가... 기숙사 비용도 한국의 학교만큼 결코 싸지 않다.

 일본 유학생활의 기대감보다 막막함이 생기는 첫 시작이다. 앞으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꼬인 내 일본 생활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제 모든 [일본 대학원 도전기] 시리즈가 끝났다. 참 길고도 험난한 유학 준비과정이었다. 처음이라 부족한 것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으며, 조마조마한 순간들도 많았다.

 힘들었던 만큼 이 글을 보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는 [일본 유학 생활]를 연재해 볼 예정이다.

일본 대학원 도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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