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커다란 이민 가방 2개에 내 짐을 최대한 챙겼다. 캐리어와 백팩까지 포함하면 들고 가야할 가방은 총 4개인 셈이다 (총 무게 30kg 정도). 수화물 추가까지 야무지게 마치고 복잡한 심정으로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금방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항공기가 착륙하고 런웨이를 주행하는데, '아... 여행으로만 오던 그 곳을 이제는 살기 위해 왔구나...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때의 감정은 설렘 반, 걱정 반이었을 것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같은 연구실에서 지내게 될 한국인 학생 2명이 마중을 나와주었다.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혼자서 옮길 수는 없어서 도움을 받게 되었다. 곧장 기숙사 입주 절차도 거쳐야하는데 개인마다 신청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커피 한 잔하며 기다려야 했다.
기숙사 보증금까지 납부를 하고 키를 수령하여 처음으로 내 방을 보았다. 일본의 기숙사는 기본적으로 1인 1실. 연구실에서 굉장히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그것만은 좋았다. 이내, 낡아보이는 철문을 열고 본 내 방은 한숨만이 나올뿐이다. 워낙 오래된 학교라곤 하지만, 재건축 따위는 하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수용소 같은 느낌이다. 군대의 생활관이 더 따뜻하고 좋을 정도이다. 방 안엔 세면대 하나뿐, 이 방도 심지어 월 2만엔 정도의 비싼 방이다(공과금 별도).
상당한 충격이었다...선진국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일본이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의 허탈함이었다. 외부의 공용 화장실과 9분에 100엔을 넣어야하는 유료 샤워실까지. 냉장고부터 전자렌지 등 모든 가전, 가구는 본인이 장만해야한다. 거기에 냉난방 시설도 본인이 사거나 렌탈을 하여 설치해야 한다. 진심으로 이런 생활 환경은 겪어본적이 없어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앞으로 자취방을 귀하기 전까진 여기서 지내야한다. 나는 일본에 도착한 첫 날 다짐했다. 최대한 빨리 이 수용소를 탈출하기로.
연구실의 내 자리도 배정을 받았다. 드디어 유학의 시작이구나, 내가 원하던 면역학 공부를 하게되는구나... 실감이 났다. 방문 첫 날인데도 딱히 연구실의 구성원들에게 인사를 시켜준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다들 내가 오든 말든 인사도, 어떠한 말도 없는채 본인들의 일만 할 뿐이었다.
첫날의 감정은 잠깐의 설렘과 앞날에 대한 걱정의 그 어딘가였다. 여행 왔을 때는 따뜻한 분위기의 일본이었지만, 생활을 하려하니 차가운 건물과 분위기의 일본으로 느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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