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에 기록한 것처럼 일본에는 많은 대학교들이 있고 한국보다 더 많은 연구실이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지원할지 꽤나 고민이 된다. 나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없고, 남이 해주는 정보 조사는 그 정확성과 신뢰성을 어차피 내가 검증해야 하기에 본인이 직접 정보 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소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투자를 하는 만큼 내가 입시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고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내가 겪은 일부 사람들은, 바이오 분야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면 한국에서 졸업하는 것 대비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만류하였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네임밸류가 낮은 대학일지라도 영어 실력만이라도 건져서 나올 수 있고, 이는 한국에서 큰 메리트이다. 반면에, 한국 리턴 시 일본어는 큰 쓸모가 없다. 당연히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는 것이 최고의 아웃풋인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유학을 가는데엔 강력한 이유나 동기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른 콘텐츠에서 다룰 생각이다.)
나는 오직 국립대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구제국대 7개+이공계열 최상위권 국립대학 정도만 골라서 탐색해 보기로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아래의 대학교들만 살펴보게 되었다.
- 도쿄대
- 쿄토대
- 오사카대
- 토호쿠대
- 홋카이도대
- 큐슈대
- 나고야대
- 츠쿠바대
- 도쿄공업대
'일본 대학원 도전기(3)'에서 말했듯이 내가 원하는 전공은 면역학, 종약학이므로 위 모든 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실들을 찾아보자.
학교마다 연구실이 속한 학과 이름이나 프로그램 이름도 천차만별이라서 하나씩 들어가 보며 엑셀 파일에 정리를 해본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연구실, 교수, 연구주제, 학과별 입시 요강 등의 정보를 모두 기억하기 힘들다.
<엑셀 포맷 작성 예시> (가상의 예시이며 실제와 다릅니다)
학교 | Osaka Univ. | Tsukuba Univ. |
학과 or 학위 프로그램 | Frontier biosciences | Comprehensive Human Sciences |
교수명 | Kimura | Tanaka |
교수 메일 | aaaa@aaa.jp | bbbb@bbb.jp |
주요 연구 주제 | Immunity, Bone tissue, Blood cell | Immune receptors, Tumor |
입시 요강 | TOEIC 550 이상. 연구계획서 제출. 시험 및 면접 실시. |
교수 사전 컨택 및 허가 필수. 연구계획서 제출. 시험 및 면접 실시. |
모집 날짜 | Aug. 02 - Aug. 12 | Aug. 02 - Aug. 12 |
모집 인원 | 30 명 | 50 명 |
연구실 홈페이지 | https; | https; |
이런 식으로 본인만의 엑셀 포맷을 만들어 정보들을 정리한다. 특히나 영어 성적의 경우, 도쿄대나 쿄토대는 IELTS, GRE or TOFEL가 필수고 다른 학교는 TOEIC을 받아주는 곳도 있었다. (학과마다 필요한 영어 시험이 다르고 영어 성적은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지기 어려우니까 나처럼 급하게 준비하지 말길...)
다만, TOFEL이든 TOEIC이든 그 기준이 한국보다 굉장히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
<학교/연구 센터 홈페이지를 샅샅이 찾아보자>
나는 각 학교 홈페이지와 연구센터 홈페이지에서 연구실을 하나씩 찾아서 100군데 정도 둘러 본 것 같다.
내 예상대로 일본은 한국보다 연구실도 많고 연구 주제도 다양했다. 면역·항암 관련한 연구실은 자연과학/의학/약학과 등에서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찾아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 홈페이지는 모두 영어를 지원하지만, 교수 각각의 연구실 홈페이지는 영어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어만 지원하는 홈페이지는 어쩔 수 없이 구글 번역을 이용하지만, 정확한 번역은 어려워서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일단 읽고 싶지 않아 진다 ㅋㅋ)
또한, 일반 학과뿐만 아니라 별도의 연구센터에서도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센터 홈페이지도 다 들어가 보길 추천한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영어를 지원하는 홈페이지의 연구실은 외국인 수용에 개방적일 것 같고 일본어만 지원하는 홈페이지의 연구실은 외국인을 받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일본어를 잘한다면 랩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으니 외국인을 받아들이겠지만, 교수도 그렇고 학생들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은 그리 반기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교수도 많기 때문)
어찌 되었든, 나의 뇌피셜로 일본어만 지원하는 연구실은 배제하게 되었다.
<교수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할 것>
연구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연구실 소개/연구 실적/구성원 정보는 필수적으로 있다. 해당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주로 하는지는 반드시 봐야 할 것이고, 최근 논문들 읽어보기, 연간 발표 논문 수, 투고 저널 impact factor 확인도 중요하다.
연구실 구성원을 살펴보면 외국인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알 수 있고, 박사과정생이나 포닥이 많으면 배울 것도 많고 연구가 탄탄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유심히 봤다.
<학교 선택에 대한 고민>
나의 경우에는 딱 어느 학교를 가야겠다고 확정 짓고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이미 석사를 국내에서 취득한 상황이고, 대학의 네임 밸류만 보고 소위 학력세탁이라고 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력세탁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네임 밸류만을 위해 지원한다면 힘든 박사과정 생활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석사 지원이라면, 짧은 기간이기에 네임 밸류를 굉장히 신경 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타협하여 내가 원하는 분야의 연구실이 있다면 네임 밸류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박사 과정 지원 준비를 하면서 여러 오픈 채팅방을 둘러보았는데, 일본 대학 학벌 뽕에 취한 친구들이 많더라. 한국에서 최상위권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크게 없는 것 같은데, 자기네들이 노력해서 도쿄/쿄토대 정도의 대학원에 합격했다는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자부심이 상당하는 말은 그들의 자만심을 에둘러 표현한 거긴 하지만...). 물론 그들의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겠고, 엄청난 노력을 해서 들어간 것은 인정하지만 그 네임밸류만이 전부는 아닌데 안타깝다. (물론 그들이 듣는다면 '합격이나 하고 말하지?' 하겠지만 ㅋㅋㅋ)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테니 항상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살자.
일반적으로 일류 대학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를 기대할 수 있지만, 대학원은 교수의 연구 성과가 대학의 네임 밸류와 꼭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타인의 선택과 연구도 존중하고, 언제나 나보다 뛰어나고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상태로 겸손해야 한다.
어쨌든 한국/일본처럼 학벌주의가 팽배한 나라에서는 어쩔 수가 없으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되, 너무 집착하진 말자.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 학벌 자체로 먹고사는 것엔 한계가 있다.
위에 적은 학교들 중에 원하는 분야의 연구실들을 좀 살펴본 결과, 쿄토/오사카/홋카이도/큐슈/츠쿠바 대학교에 있는 면역·항암 연구실 모두 1곳씩 지원하기로 좁혔다.
저 5군데를 지원해 보고 다 떨어지면 일본 유학은 포기한다는 각오로 CV와 Cover letter를 영어로 작성하여 메일을 보냈다. CV는 한번 만들면 계속 쓸 수 있지만, Cover letter는 각 연구실에 맞게 일일이 수정해야 해서 너무 많은 연구실에 지원하기에는 시간적 소요가 컸다 (준비 시작한 시기가 좀 늦었음). 그래서 딱 5군데만 먼저 보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시간과 간절함이 충분하다면 더 많은 곳에 지원해 보길 바란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추후 콘텐츠에서 다룰 예정이다.
다음 스토리는 CV/Cover letter/연구계획서 작성에 대한 과정을 기록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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