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2024년 JST(Japan Science and Techonology Agency)에 채용된 박사 과정생 대상으로 설명회가 있었다. 이 설명회에서는 사기업, 학교, 정부 기관에서 온 관련자들이 참석하여 몇 시간 동안 여러 주제에 관해 설명을 했다.
Rank | Name of University | Score |
1 | 쿄토 대학 | 32.48 |
2 | 큐슈 대학 | 32.26 |
3 | 츠쿠바 대학 | 32.13 |
4 | 홋카이도 대학 | 31.85 |
5 | 고베 대학 | 31.66 |
6 | 나고야 대학 | 31.26 |
7 | 도쿄 공업 대학 | 31.23 |
8 | 오사카 공립 대학 | 31.16 |
9 | 도호쿠 대학 | 31.02 |
10-11 | 중략 | ... |
12 | 메이지 대학 | 30.78 |
13 | 츄오 대학 | 30.72 |
14 | 난잔 대학 | 30.70 |
15 | 오사카 대학 | 30.5 |
16-20 | 이하 생략 | ... |
단순하게 봐도, 흔히 유학을 준비할 때 보게 되는 일본 대학 학벌 순위와는 차이가 좀 있다. 특히나 도쿄대학교가 없다는 것이 큰 의문이다. 이 순위는 학벌을 의미하지도 않고, 학교의 수준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업의 입장에서 박사 채용 시 선호하는 학교일뿐이다. 즉, 사회에서 인식하는 학교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실 설문조사 점수로보면 다들 거기서 거기긴 하다.
학사, 석사는 모든 측면에서 최상위권인 도쿄, 교토대학을 선호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학, 석사 채용 선호도를 보면 학벌 순위를 그대로 따라간다). 간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벌로만 뽑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학, 석사는 뽑아도 분야 전문적인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교육해서 쓸 것이기 때문에 시작점은 같다. 이때,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뽑자고 하니 학벌에 따라 뽑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박사의 연구 능력은 학벌과 비례하지 않는다. 높은 학벌이라고 항상 높은 Impact factor의 저널을 내는 것도 아니고 지식수준이 높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냥 박사 개개인의 능력을 보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학교의 이미지를 보자면 교토대학교가 일본 No.1인 것은 보편적인 것 같다. 내가 일본인들과 대화하면서 느끼는 교토대학교의 이미지는 '오타쿠와 정신나간이들의 집합소', '어딘가 이상한 놈들,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놈들'이다. 이런 학생들이 모여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좋은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는 학교로 인식이 되어 있다. 반면, 도쿄대학교는 같은 최상위 레벨인데 '재수 없는 인간들의 집합소, 공부만 잘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고위공무원, 금융계로 많이 진출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장에서 어떤 학생이 물었다. "왜 도쿄대학교는 순위에 없습니까?". 기업담당자가 말하길, "많은 앙케트 중 하나의 결과일 뿐입니다. 다른 조사를 보면 결과가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도쿄대학교 졸업자들은 사내에서 의사소통이 부족한 경우가 있고, 그로 인해 기업에 폐를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근데 내 일본인 친구도 "도쿄대 놈들(?) 재수 없는 이미지야"라고 했다 ㅋㅋ.
이 담당자... 지금 도쿄대학교에서 열리는 설명회가 아니라고 그냥 막 던지는 건가? 싶기도 하다. 도쿄대가 없는 것이 말이 되나..? 어쨌든 저 조사는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할 테니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되겠다.
결국 박사 채용에는 '얼마나 팀과 잘 융화될 수 있는가?, 의사소통이 잘 되는가?, 개인의 연구능력은 박사로서 좋은가?' 이런 이미지가 중요한 것 같다. 중요한 위치와 업무를 학벌로만 보고 맡겨 놓았더니 막상 기업에서는 맘에 들지 않았던 거겠지. 일본 사회가 조직에 잘 융화되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여기서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뛰어나도 튀는 행동을 한다거나 조직을 잘 이끌 능력이 없는 사람보다는 능력이 좀 떨어져도 잘 융화되는 것을 택하는 것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본은 리스크를 감수하기 싫어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새로운 사업 모델 이런 것을 제안해도 일본 사회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그 능력이 빛을 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박사로서 일본 취업은 성적보다, 논문의 IF보다, 자격증의 개수보다 소통 능력, 관리 능력 등이 중요시된다고 봐야겠다. (한국은 학벌, 논문 IF 이런 것을 우선적으로 보기에 한국인이 이 현상을 이해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수가 있다)
더군다나, 요즘 일본은 일본인 박사 졸업자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여서 기업 입장에서 선택권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절대적으로 박사의 채용 규모에 비해 박사가 많이 배출되는 것은 맞지만, 능력 있는 박사 졸업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위 조사 결과에 대한 여러 반론과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거짓도 아니니 하나의 참고 자료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도쿄대 학생들이 보면 ㅂㄷㅂㄷ하겠다. 어디 도쿄대도 못 와본 놈들이 이런 걸 논하냐고ㅋㅋㅋ. 이렇게 말하고도 남을 자신감이 충만하게 차있는 그들이기에 무리도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인 도쿄대학원생들도 그 실력에 비해 조금 더 겸손할 필요가 있어 보이긴 했다.
도쿄대학교 학부 입학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인정받는다. 그렇지만 대학원은... 인식이 한국과 같다고 보면 된다. 서울대도 학부 출신이 성골이고 비서울대 출신은 학벌 세탁이니 뭐니 하면서 시비를 걸지 않나. 수능 쳐서는 서울대 못 들어올 사람들이 대학원이니까 그나마 들어오는 거다. 인정 안 한다. 이런 말 많이 들었다. 머리로만 따지면 학부 출신들이 똑똑한 건 사실이니...
도쿄대도 만찬가지다. 나도 준비해 봐서 알지만, 대학원 입시 지원 조건으로만 보면 서울대학교 대학원이 더 들어가기 어렵게 느껴진다. 영어 성적도 좋아야 하고, 전공 시험 성적도 좋아야 하고, 학교 성적도 좋아야 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학부 학벌도 꽤나 중요하지 않나. 학생의 잠재력보다는 갖춰진 스펙을 보고 뽑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의 대학원은 출신 학벌, 성적, 영어 실력을 크게 보지 않고 학생의 잠재력을 많이 보기 때문에 입학 자체는 더 수월한 것 같다. 서울대와 도쿄대, 쿄토대의 입학시험 수준을 보면 나에겐 서울대가 더 어려웠다(내 분야 한정). 그러니 나의 잠재력을 봐주고, 기회가 좀 더 쉽게 주어지는 만큼 본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박사 과정 학생이 되도록 해야겠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의 주제로 다룰 것 같긴 하다. 일본 유학생활 하다 보면 정말 본인을 과대평가하는 한국인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재밌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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