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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대학원 유학을 도전하고 있는 어느 청년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제약 이야기/바이오&제약 [일본 유학]

일본 대학원(2). 한일(韓日) 학벌주의와 학벌세탁

by Ki-ra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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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뿌리 깊은 학벌주의, 대학서열화 사회이다] 

 이제는 한국에서 학벌주의라는 말을 꺼내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나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 학벌만 따지는 사회보다는 능력주의 사회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학력/고학벌 타이틀을 얻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을 인정한다. 주변에서 말하는 좋은 직업/직장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고등학교 3년의 공부 결과로 내 인생이 판단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해 보인다. 내가 직장에 있을 때도 구성원의 업무 능력이 그들의 학벌과 곧장 비례하지 않았다. 학벌 높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고, 낮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공공기관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서 학벌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깊게 남아 있다. 채용 과정에서 일 못하는 직원을 뽑지 않으려고 학력 필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근래에는, 점점 물질만능 사회가 되어가는 한국에서는 학벌보다 전문직 유무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긴 하다 (의치한약수 >>> 서울대학교).

[일본은 한국보다 심한 학벌제일주의 사회이다]

 한국보다 더 심한 학벌제일주의 사회가 일본이다. 일본의 대학 교육 시스템은 한국보다 더 오래되었고 일찍이 선진화되었었다. 그리고 인구가 많은 만큼 4년제 대학의 수도 한국보다 많다 (4년제 대학 수: 한국 408여 개, 일본 793여 개, 출처:나무위키). 또한, 상위권 대학이 서울에 모여있는 한국보다 대학서열화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일본 취업에 있어서 학벌은 상당히 중요하다.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채용에 있어 학력필터가 존재한다. 학벌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이력서를 내도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걸러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사회의 교육열도 한국 못지않게 높다.

[한국도 일본도 대학원을 통해 학벌세탁을 시도한다]

 다소 자극적인 소제목이다. '학벌세탁', 마치 '돈세탁' 같이 좋지 않은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우리에겐 필요하다. 학벌이 중요하다 보니 한국도 일본도 전적대학(학부)에 비해 대학원 네임밸류를 상당히 높이려고 한다. 부정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항상 더 좋은 곳,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지방거점국립대 출신인 나도 그러고 싶다.

 이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무지성으로 대학의 네임밸류만 보고 진학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정 대학의 네임밸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은 뛰어난 연구 성과 때문인 것이 맞다. 그렇지만 본인이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도쿄대학교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니까 무조건 저기에서만 찾아봐야지' 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특정 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진 않다. 각 대학마다 강점이 있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고, 그중에서도 뛰어난 연구실이 있기 마련이다. 본인이 원하는 연구 주제가 있는 연구실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난 딱히 하고 싶은 것은 없고 무조건 높은 네임밸류의 학교를 졸업해서 취업할 거야'라는 태도는 대학원 생활에 맞지 않다.

 특히 박사과정이라면 정말 신중해야 한다. 이런 수동적인 자세로 대학원에 입학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성과를 내지도 못할뿐더러 졸업하더라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 심지어 면접관들도 다 알더라. 대기업 면접관에게 듣길 "학부는 그저 그런데 어쭙잖은 실력으로 대학원만 높은 곳 나오면 취업을 위해서 그냥 학벌세탁 하러 간 거구나"라고 느껴진단다.

 일본의 대학원 입학은 연구계획서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므로 어느 정도 연구에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학벌세탁하러 오는 학생을 한국보다는 잘 걸러낼 것 같다. (한국은 연구계획서의 중요성보다 영어 성적, 전공 시험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았다)

 길고 긴 박사과정을 웬만한 의지로 버텨내기는 힘들다. 정말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원하는 연구를 해야 그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항상 최고의 학벌만 추구하지 말고 내실 있는 과정과 결과를 위한 진정성 있는 연구실 선택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 기준에서는 일본 내 Top 10까지의 학교(국공립 이공계 기준)로 유연성을 두고 연구실을 찾아보았다. 이 학교들 안에서는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찾는다면 학교 순위와 관계없이 지원하였다.

 물론 높은 네임밸류의 학교에 내가 원하는 연구실이 있어서 합격한다면 최고의 조건이다. 결론은, 학교의 네임밸류만 얻으려고 하지 말고, 어느 정도의 네임밸류 범위 안에서 유연성 있게 많은 연구실을 둘러보고 진정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실, 학교를 찾길 바란다.


 석사과정만 한다면 네임밸류만 신경 써도 괜찮을 수 있다. 어차피 2년이라는 석사과정 내에 큰 연구성과를 내긴 어렵다. 실험 테크닉 정도 익힐 수 있으니 열심히 배워두고 네임밸류를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학 서열이 높은 곳일수록 연구비 투자가 많을 테니 배울 수 있는 장비나 테크닉이 많아서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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