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대학원 시험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복잡했던 서류 접수도 끝이 났다. 이제부터 뭘 해야 하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1~2달 남짓 남은 입학시험과 면접 대비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항상 시험과 면접을 겪어 왔지만, 어떤 시험이든 매번 긴장하고 걱정이 된다. 시험과 면접이 결국 나의 대학원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경쟁률이 높을수록 더 중요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쳤던 대부분의 시험은 시험 과목이나 시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았나? 공부량은 많지만 대학을 들어갈 때도 수능시험은 과목과 범위가 정해져 있고 그에 맞춰서 공부하면 됐었다.
그런데 대학원 입학시험의 경우 시험 과목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나는 석사 입학 때도 그랬고, 이번 박사 입학에도 그런 정보는 듣지 못했다. 학교에서 알려준다고 해도 "학부 수준의 생명과학 전범위" 이 정도가 전부다.
그럼 문제 유형이라도 친절하게 알려주나? 그렇지도 않다. "객관식 30문제, 서술형 3문제" 구체적으로 문제 유형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나마 내가 건질 수 있었던 정보는 오전에 서술형 시험(Written 이라고 적혀있어서 서술형으로 추측함)과 오후에 개별 면접이 있고, 각각 50%씩 비중이 있다는 것이다.
오전 시험은 영어 시험이고, 개별 면접에서는 석사 연구에 관한 질문, 관련된 일반적 지식을 묻는다고 나와있다. 오전에 치는 영어 시험(Foreign language english)은 토익처럼 진짜 영어 시험이 아니다. 전공 지식으로 풀어야 하는 영어로 된 시험을 뜻하는 것이다. 안일하게 "아~ 영어시험이면 뭐 평소 실력으로 치면 되겠네" 하며 준비 안 하면 당신은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대체로 시험 범위와 시험 수준이 모호하다...차라리 면역학, 세포생물학, 생화학 이런 식으로 과목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학교에서 이 정도면 많이 알려줬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질문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시험 준비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원 시험의 유형에 대해서 파악해야 한다.
이 글에서 작성된 정보는 문,이과 전공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적용되겠다. 단, 문과의 경우엔 객관적인 과학적 지식보다는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서술하는 문제가 많을 것이다.
대학원 입학시험 유형을 파악하자
대학원 시험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겠다.
1. 객관식 시험
2. 주관식 서술형 혹은 단답형 시험
객관식 시험은 정답이 숫자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맞고 틀림을 갈라서 점수로 매길 수 있다. 우리가 거쳐온 수능시험인 것이다. 주관식 시험은 답이 명확하게 숫자로 표현되지 않은 단답형 또는 서술형으로 글을 적어서 평가받는다. 각자가 어느 시험 유형을 선호하든지 우리는 최대한의 전공 지식을 준비를 해야 한다.
과거문이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과.거.문!!
이 모든 시험 유형에 대한 정답은 「과거문」을 보세요. 과거문은 쉽게 말하자면 이전 시험의 기출문제이다. 문과든 이공계든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어떠한 분야라도 방대한 전공과목과 지식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과목을 공부해서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전에 출제되었던 과거문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도 대학 때 선배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일명 "족보"라는 것을 받아서 시험을 보지 않았나. (나땐 그랬는데....ㅎ)
문제은행 방식은 아니라서 같은 문제가 무조건 출제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문제 유형이라던가 출제 방향, 자주 나오는 주제, 시험 수준을 알기 위해서 과거문이 필요하다.
이 과거문 때문에 대학원 입학 전에 연구생으로 들어가면 대학원 합격 확률이 높다고도 말한다. 정식 대학원생은 아니지만 연구생으로서 구성원들과 친해지고 인정받는다면 연구실에서 전해져 오는 과거문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교 출신 일본인 학생들은 과거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루트로 과거문을 구할 수도 있다. 일본 혹은 한국의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청하여 구할 수도 있고, 심지어 서점에 과거 기출문제를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즘은 학교에서 아예 과거문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연구실에 면담하러 갔을 때, 일본인 학생의 도움을 받아서 공식적으로 2년 치 과거문을 행정실에서 받았다.
과거문이 객관식이라면, 지난 시험들에서 A과목, B과목, C과목에 해당하는 내용이 출제되었구나를 알 수 있고 중점적으로 대비할 수 있겠다. 또한, 시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겠다. 객관식 특성상 많은 문항수를 낼 텐데 그중 일부는 새로운 문제, 일부는 과거 문제에서 돌려 쓸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문을 통해 많은 문항수 중에 몇 개라도 더 맞을 수 있다.
과거문이 서술형 주관식이라면 시험 수준과 경향을 파악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서술형 주관식은 문항수가 대체로 적고 많은 분야 중에 특정 1, 2개 분야가 나오기에 문제를 돌려쓰면 티가 난다. 때문에 어디서 출제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대체로 질문 수준이 구체적이거나 깊다.
석사 지원이냐 박사 지원이냐에 따라 시험 수준이나 유형은 다를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석사 입학시험은 전공 기초 지식을 묻고, 박사 입학시험은 연구 로직이나 논문과 같은 연구 결과를 읽고 인사이트를 해석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겠다.
시험과 면접 난이도는 당연히 박사 입학시험이 높겠다.
과거문에서 출제 경향과 수준 파악이 중요하다
내가 받은 과거문도 서술형 주관식 유형이었다. 2년 치를 받았을 때 공통적으로 2개의 논문을 요약해 놓은 문제가 있었다. (저작권 때문에 과거문을 올릴 순 없다.)
아! 2개 논문 요약본을 읽고 각각의 질문에 대답하면 되는구나. 각 논문 요약본에서 4-5개 문항이 나왔고, 단답형과 서술형이 섞여 있었다. 2개 논문 요약본을 읽고 나서 총 10문제 정도를 풀게 되는 것이다.
과거문에 나왔던 논문들을 읽고 그 내용을 공부하면 시험 대비가 되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매 년, 시험에는 다른 주제의 논문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2년 치 과거문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공통적인 입학시험 출제 경향과 인사이트가 있다. (내가 지원한 학교/학과 기준으로 경험한 내용)
1. 시험을 치는 년도 또는 직전 연도의 바이오 분야에서 뜨거웠던/혁신적인 주제에 대한 논문이 나왔다. (Ex, 2021년 시험의 경우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셧 다운되고, 일본도 피해를 많이 입어서 그런지 코로나 백신에 관한 논문이 나왔다.)
2.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나 약물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Ex, 암 치료를 위한 면역관문 치료제 또는 유전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를 설명하는 논문)
내가 느낀 출제 경향성은 이러했다. 그래서 나도 올해와 작년에 바이오 분야 핫토픽이 무엇이었는지, 신규 치료법 또는 약물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봤다.
내가 생각한 근래 바이오 분야 핫토픽은 AI와 Bio였다. 작년부터 지금까지도 ChatGPT가 워낙 큰 영향을 끼치고 전 세계가 AI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우리 분야에서는 단백질 구조, 모델링 예측에 사용하는 Google AlphaFold(알파폴드)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조금 공부해 뒀다.
두 번째로 신규 치료법과 약물은 ADC(Antibody-drug conjugate), Gene therapy(유전자 치료제)에 대해 공부해 뒀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공부 시간은 부족해서 시험 준비를 충분히 하진 못 했다. 아쉽지만 나름 틈틈이 준비하여 시험을 치렀다.
입학시험과 면접을 준비하다 보면 불안함이 몰려온다. 모두가 그렇다.
과거문을 얻었어도 입학시험과 면접을 준비하다 보면 불안함이 몰려온다. 과거문은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할 것이 너무 많고, 무엇을 더 공부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막막해서 불안한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런 불안함 때문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져보기도 하고,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찾아보거나, 괜스레 경쟁률이나 예정된 합격자 수를 알아보곤 한다. 나도 불안함 때문에 학교 홈페이지에서 이번 입학시험의 예정된 총 합격자 수를 살펴보았다
(학교 측에선 시험 전에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는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지난해 입학시험 정보를 찾아서 경쟁률을 확인했다. 작년엔 대충 이 정도 경쟁률이구나...안심하고 여유 부리면 안 되겠구나... 경쟁률을 보고 더 불안해졌다 ㅋㅋㅋ
"아냐 올해는 작년과 다를 거야" 스스로 쓸데없는 주문을 걸어본다. 그렇다면 올해 예정된 합격자 수는? 50명. 내 생각보다 많아 보인다. 그렇지만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으니 알 수 없다. 50명보다 많이 지원하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 더욱이 뽑는 인원이 적다면 그 숫자 자체로도 불안해진다.
합격 인원은 매년 다르다. 그렇지만 일본 문화 특성상 정해진 합격자 수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절대적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정해진 인원보다 모자라게 뽑는 경우는 있다.
국내 대학원도 그렇지만 1학기에 뽑는 인원이 많고, 2학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아래 예시는 의과대학이라서 이 정도로 많은 수를 뽑는 것이다(대신 4년 학위과정). 2학기에는 '약간명'이라고 적곤 합격 인원을 한 자릿수(1~5명?)로 뽑는 경우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일본 대학원 준비 과정 중에 불안함을 느껴서 내 블로그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땐 불안함 해소와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언제든지 아래에 적힌 메일로 연락을 주면 되겠다.
내가 생각했던 출제 경향이 적중했다!!
시험 전 날 도쿄에 늦게 도착해서 잠만 자고 피곤한 상태로 시험장으로 갔다. 당일 몇 십 명의 수험자 중에 외국인은 나를 포함하여 6명이었다. 4명은 중국어를 썼고, 1명은 외모로 보아 인도계였다. 한국인은 나 혼자.
나머지는 전부 일본인이며 대부분은 의사로 보였다. 내가 지원한 프로그램은 '의과학과'이기에 의과대학 소속이고 병원 소속 의사들이 많이 지원한다. 의사들은 합격이 보장되어 있다. 저들이 TO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얼마 없는 소수의 TO에서 여러 전형(일반, 외국인, 사회인, 특별 등)을 통해 지원한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현장에서 수험자 수를 세어봐도 정해진 TO와 비슷하다. 거기다가 내가 추측할 수 없는 다른 전형의 지원자들도 있으니 경쟁률이 낮아서 무조건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겠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지를 받았는데 과거문처럼 2개의 주제에 대한 논문 요약(문제당 약 3 페이지 분량)이 나와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람. 첫 번째 문제가 Google AlphaFold(알파폴드)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예상한 것이 운 좋게도 적중한 것이다. (알파폴드가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디에 활용되는지 등등)
두 번째 문제는 미토콘드리아 동종 이식 치료법에 관한 주제다. 해당 주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 역시도 내가 예측한 대로 신규 치료법에 대한 주제니 예측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한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문제 수준은 지문을 읽고 그 속에서 연구의 원리, 활용이나 인사이트를 찾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100분가량 시험을 치고 나왔다. 긴 지문을 읽고 또 읽고 답을 서술해 가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집중력이 흐려질 때쯤 마무리 짓고 나온 내 손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이 글의 모든 결론은 ★과거문 ★. 과거문을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출제 경향과 문제 수준을 잘 파악해야 한다. 과거문을 읽어봐도 직접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변의 대학원생이나 나에게 문의해도 좋다.
원래는 이번 콘텐츠에서 입학시험과 면접에 대해 모두 작성하려고 했으나,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2개의 파트로 나눠야겠다. 다음은 입학 면접에 대한 글을 작성해 보겠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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