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인생의 추억을 남기는 일본 대학원생
인생의 페이지

[인생의 한 페이지](2). 일본 유학, 나는 4년을 감당할 수 있는가?

by Ki-ra 2025. 2. 4.
반응형

 나는 유학 전 유학 비용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이 있었다. 한국이라면 대학원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 돈 걱정 없이 대학원 생활을 했겠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대학원생 인건비 지급 제도가 없다. 사실, 돈 걱정이 없었다면 일본보다 미국 유학을 선택했겠지만, 미국 유학의 엄청난 유학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유학 생활에 학비만 필요한가? 생활비에, 주거비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나는 "돈"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학교를 찾아보았다. 돈을 최우선 순위로 두자면 무조건 "국/공립대"만 가야 한다. 사립은 1,000만 원/년이 넘는 학비에, 장학금 제도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돈을 받아서 유학 생활을 하고 싶지도 않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나이도 아니거니와, 유학을 결심한 시점부터 은퇴를 앞둔 부모님의 노후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3년 간 성실하게 일해서 소중하게 모은 돈으로 유학 자금을 충당하고,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나 스스로 해결하고자 다짐했다. 운이 좋다면,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안정된 생활을 포기해야 하고 심지어 스톡옵션도 포기해야 했다. 때문에 회사에서도 만류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고, 반대로 그 용기를 응원해 주던 분도 있었다. 소유하고 있던 차, 가구, 취미 용품 등을 모두 되팔고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은 누군들 걱정하지 않을까.

 대학교 입학 이후 10년 간 공부만 해오던 아들이 취업을 해서 보통의 청년과 같이 제 몫을 해내고 스스로의 삶을 꾸리고 있었는데, 이번엔 멀쩡한 직장을 버리고 박사 유학을 가겠단다. 부모님께 처음 내 계획을 통보했을 때 차마 당신들의 입에서 떨어지지 못한 그 말들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저 아버지의 짧은 한 마디 "어차피 이미 결정된 것이고 우리가 뭐라 한들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이 아니냐. 본인도 충분히 생각했을 테고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를 애는 아니다". 어머니는 또 학비를 어떻게 충당해야 하는지, 유학이면 한국보다 더 큰 금액이 필요할 텐데 서포트를 제대로 해줄 수는 있을지 걱정하시더라 (사실, 결혼이 늦어질까 그것도 걱정이 크셨지만...). 난 도움 받을 생각은 없고, 나의 경제적 여유 범위에서 유학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고 말씀드렸다.

 당당하게 통보하였지만, 가족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대단히 미안한 일이다. 또한, 박사 과정에 합격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집안에서 축하받진 못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장학금을 못 받더라도 아슬아슬하게 학위 과정을 마칠 수 있을만한 금액이긴 했기에 저질러 버렸다. 유학을 결정할 땐 최악의 경우까지 시뮬레이션해 보고 유학 비용을 계산을 해야 한다. 예상 고정 지출과 유동 지출도 고려하고, 일정 부분은 긴급 자금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유학이라는 것은 결국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이 나는 "돈의 싸움"이 아닐까?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공부도 생활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난 인생에서 한 번쯤은 나의 힘으로 유학을 하고 싶었고, 내가 모아 온 경제적 여유 안에서 나는 일본이라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반응형

'인생의 페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한 페이지](1). 블로그 시작의 목적  (3) 2024.12.25